들어가며
나는 일상 속 불편함을 하나씩 해결하는 것을 좋아한다. 불편한 것들이 있으면 항상 기록해두는 편이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하나씩 서비스로 만들어 불편함을 해소하는 걸 더더욱 좋아한다.
내가 이런 불편함을 직접 해결하는 걸 즐기게된 계기가 있다. 이전에는 아티클을 읽으며 기록하는 과정이 불편했다. glasp, Readwise Reader, 하이라이터 등 다양한 확장 프로그램과 앱을 써봤는데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그래서 직접 ‘웹 메모’라는 서비스를 만들었고, 너무너무 편한 거다. 기존에는 노션에 아티클 제목과 URL을 작성하고, 창을 분할해서 반쪽에서는 아티클을 띄워놓고 반쪽에서 메모를 작성해야했다. 그 과정이 번거로워 메모를 작성하기를 꺼린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웹 메모’를 만든 이후에는 매일매일, 밥 먹으면서 아티클을 읽으며, 유튜브 영상을 보며 메모를 간편하게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내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서비스였지만, 크롬 스토어에 출시한 이후 사용자가 1-2명, 때로는 5명이 설치를 하는 거다. 그리고 우리 서비스의 메모가, 내가 작성한 것 외에도 점점 늘어나는 거다. 그 때부터 서비스 기능들을 확장하고 사용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며 서비스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비스를 2년 넘게 운영하며 버전 1.10.10까지 올 수 있었고, 사용자가 530명에 이를 수 있었다.
이 때부터였던 거 같다. 일상 속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하나씩 기록하기 시작했다. 몸이 느끼고 있던 불편함을 기록하고 나니 해결책이 하나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거다. ‘이런 앱이 있으면 이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불편함이 없어지면 더 편한 삶을 살 수 있고, 삶의 질이 올라가 더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의 요소에는 다양한 것이 있지만 그 중 하나가 ‘삶의 질’이고, 그 삶의 질을 높이는 것 중 하나가 편한 요소를 늘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해낸 서비스를 이제는 AI 덕분에 MVP로 쉽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내 삶의 질을 한 결 높여준 서비스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내가 직접 만든 서비스들
Gym Timer
나는 헬스를 좋아한다. 매일 일 끝나면 헬스장에 간다. 헬스장에 가면 각 세트 단위로 운동을 한다. 예를들어, 아령을 15개씩 쉬지 않고 들고 내리는게 한 세트인 것이다. 한 세트를 하고 1분 쉬고, 한 세트 하고 1분 쉬고 이런 식으로 운동을 반복한다. 그렇게 총 15세트를 하면 그 날의 운동은 끝이 난다. 이 때 여러가지 불편함이 있었다.
- 1분 타이머를 누르는 과정이 번거롭다.
- 몇 번째 세트를 했는지 자꾸 깜빡한다.
- 타이머를 맞추려고 휴대폰을 들었는데, 어느새 유튜브 쇼츠를 보고 있다.
그래서 직접 만들었다, Gym Timer. Gym Timer는 아래와 같은 기능들을 제공한다.
- 버튼 한 번을 누르면 1분 타이머가 시작된다.
- 몇 번째 세트를 했는지 알아서 기록된다.
- ‘가이드 접근(Guided Access)’을 안내해서, 사용자가 앱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 이는 아이폰에서 기본 제공하는 기능이다. 하지만 이 앱에서는 운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안내 메시지를 통해 ‘가이드 접근’을 사용하도록 유도한다.
- 또한, 만약에 사용자가 앱 바깥으로 나갔다가 오면 ‘이탈 X회’를 빨간 글씨로 표시해 운동 중에 다른 것을 하는 데 경각심을 유발한다.
- 쉬는 시간 동안 메모 기능을 제공한다.
- 나는 운동을 하며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는다. 오늘 업무를 회상하면서 병목 지점을 떠올리기도 하고, 이 병목 지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떠올리기도 하고, 고민 중이던 것에 대한 해결 방법을 떠올리기도 하고, 안풀리던 문제의 해결책을 떠올리기도 하고, 얽혀있던 생각들이 정리가 되고는 한다. 내가 운동을 매일 하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래서 운동 중에 메모하는 것은 나에게 매우 중요했고, 가장 먼저 추가한 기능이기도 한다.
- 이렇게 운동 앱 안에서 메모 기능을 제공하는 것은 나에게 단순한 메모 기능 이상으로 다가왔다. 메모를 하게 만들었다. 쉬는 시간이 되어 ‘운동 종료’ 버튼을 누르면 저 ‘메모’ 버튼이 더 크게 다가온다. 그럼 ‘뭘 메모하지?’가 떠오르고, 머릿 속에서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만든다. 잠자고 있던 고민을 떠올리기도 하고, 오늘 하루를 회상하기도 한다.
- 데모 앱
이와 유사한 앱이 분명 있을 거다. 나도 실제로 여럿 설치해서 사용해보고는 했다. 근데 내가 운동하며 느꼈던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앱은 단 하나도 없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거기도 하다. 사람마다 운동 방식이 다르고, 운동에 대한 가치관도 다르고, 운동의 의미도 다르고, 운동 쉬는 시간에 하는 것들도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팀 회식을 할 때 헬스를 하는 팀원에게 위 서비스를 소개했는데, ‘운동할 때 저는 유튜브 봐야해요’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렇다. 나는 운동하며 쉬는 시간에 유튜브 쇼츠를 자꾸 보게 되는게 방해가 된다고 생각을 했는데 다른 사람에게 유튜브 쇼츠 보는 것은 방해 요소가 아니라 휴식인 것이었다.
이렇듯 사람마다 느끼는 불편함이 다르다. 하지만 겹치는 면도 분명히 있다. 이렇게 사람들의 디테일한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서비스를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지 않을까 싶다. 공통된 불편함은 공통 기능으로, 그 외의 각종 기능(가이드 접근 안내 등)을 커스터마이징해서 제공을 해주는 것이다.
헬스를 매일 가는 나에게 이제는 없으면 불편한 필수적인 앱이 되었으며, 내 삶의 질을 상당히 높여준 앱 Gym Timer였다.
Voice Memo
나는 머릿 속에 인사이트나 고민, 해야할 일이 떠오르면 즉시 적는 편이다. 때로는 걸어가면서 이러한 것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아이폰 메모 앱에도 받아쓰기 기능이 있다. 말하면 실시간으로 텍스트로 바꿔준다. 그런데 이 기능이 잘 안되었던 적이 있다. 한 3-4개월 전이었나. 말은 하는데 인식이 안되거나, 중간에 끊겨버리는 식이었다. 그래서 불편해서 직접 만들었다, Voice Memo. 단순하다. + 버튼을 누르고 말을 하면 된다. 그럼 이를 실시간으로 텍스트로 변환을 해준다.
- 데모
Element Hider
가끔 유튜브 영상에서 유익한 영상을 찾아볼 때가 있다. 유익한 영상을 보고나면 유튜브 알고리즘이 혹할만한 영상들을 다음에 볼 영상으로 추천해주는 거다. 그래서 어느새 알고리즘의 유혹에 넘어가 다른 재미난 영상을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나를 너무 잘 아는 것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이기고 싶었다. 그리고 이를 위한 기능 구현은 너무 단순해보였다. HTML 문서에서 해당 요소의 className 혹은 id를 찾아서 display: none을 주거나, 아예 돔 트리에서 제거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들게된 서비스이다.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기능은 다음과 같다.
- Alt키를 누르고 + 특정 요소를 누르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 서비스 아이콘을 눌러 해당 요소를 가릴지 여부를 설정할 수 있다.
- 데모

이는 유튜브 영상을 시청할 때 영화관 모드(단축키 T)로도 유사한 설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관 모드는 스크롤을 내리면 결국 위와 같이 알고리즘 컨텐츠를 보게된다. 실제로 나도 영화관 모드를 하면서 보는 와중에 스크롤을 내리며 ‘더 재미난 영상 있나..’ 찾게 되고는 했다. 하지만 Element Hider를 이용하면 웹사이트에서 특정 요소를 영구적으로 제거해버릴 수 있다.
Soom
나는 다양한 동기부여 앱을 써봤다. 하지만 보통 동기부여 앱에서 사용하는 문구들은 명언이 대다수이며, 나에게 와닿지 않는 거다. 내가 잊고 싶지 않은 구절이 있고, 이러한 것들을 나에게 주기적으로 알려주는 기능을 이용하고 싶은데 마땅한 서비스가 없었다. 그래서 직접 만들었다.
- 기능
-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문구를 직접 추가
- 명언에서 추가
- 알림을 받고 싶은 시간 간격 설정
- 데모
집 자동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불쾌한 일이 아니라 기분 좋은 일로 만들어주고, 눈이 번쩍 뜨이게 해준, 삶의 만족도를 크게 높여준 것 중 하나이다. 나는 아침 6시에 일어난다. 정확히는 6시의 3분 전인 5시 57분에 일어난다. 5시 57분이 되면 전동 커튼이 가장 먼저 열린다. 따스한 햇살이 내 얼굴에 비추며 내 피부 감각을 깨운다. 그 다음 책상 위 아이패드에서는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며 귀를 깨운다. 그 다음으로 전동 스위치가 켜지며 내 눈을 깨운다. 마지막으로 알람이 울리며 내 몸을 깨운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이렇게 아침 기상을 설정한 이후로 침대에서 ‘더 잘래’하며 뒹군 적이 없다. 두 눈이 번쩍, 몸이 벌떡 일어나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는게 힘든 사람이 있다면 강력 추천하는 자동화이다.
뿐만 아니라 내가 출근하는 시간인 7시 50분에는 불이 자동으로 꺼지고, 내가 퇴근하는 시간인 19시가 되면 내 방은 환한 불빛으로 나를 반겨준다. 그리고 밤 12시가 되면 잠을 자라고 불을 꺼준다. 내 루틴을 방의 자동화 시스템이 반강제화해준 것이다.
맺으며
이제는 무엇이든 말그대로 딸깍하면 만들 수 있다. 만드는 비용이 이렇게까지 줄어들면 남는 건 아이디어뿐이다. 놀라움과 동시에, 그 ‘만드는’ 역할을 하던 나는 뭘 해야할까라는 고민이 가끔씩 들기도 한다.
이렇게 MVP로 적은 기능의, 단순한 서비스를 만들다가 회사에서 서비스를 만들어나갈 때는 또 확실히 다르기는 하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다양한 직군과 소통해야 하며, 기획서/API 명세서/브릿지 명세서 등 다양한 맥락을 파악해야 하고, 지난 히스토리를 이해해야 한다. 복잡한 비즈니스도, 코드베이스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검수를 꼼꼼히 해야한다’는 것이다. 위 서비스는 오류가 나도(기능이 적어서 오류가 나기가 쉽지 않기는 하다) 문제가 전혀 없다. 나 혼자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에서 오류가 나면 그로 인한 손실은 수 십만원에서 수천, 수억원에 이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위 서비스를 만들 때처럼 ‘딸깍’ 만들 수는 없다. 이러한 AI에 대한 내 생각은 다른 글에서 더 깊게 다뤄보도록 하겠다.
AI 덕분에 만들고 싶던 걸 쉽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뭘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는 개발자에게 AI는 천국이나 다름 없다.
앞으로도 내 일상 속의 불편함을 없애 삶의 질을 높이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위 서비스들은 대부분 내 불편함을 없앴지만, 서비스를 출시하고, 홍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의 불편함을 해결하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